숨겨진 이색 보석을 찾아서 (7) ‘‘아이보리(상아: Iv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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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이색 보석을 찾아서 (7) ‘아이보리(상아)’
글: 김광용 (주)한미보석감정원 감정팀장, GG-GIA, AGK | |
아이보리(Ivory)는 코끼리 엄니(Elephant Tusk)라고도 하는데 한자로 상아(象牙)라고 부른다. 상아(象牙)는 코끼리 상(象), 어금니 아(牙)로, 코끼리의 코 양옆으로 길게 튀어나온 엄니(특별히 크게 발달한 치아)를 가리킨다. 바다코끼리, 하마, 일각고래 등의 포유류 동물의 엄니도 상아라고 불러야 한다는 일부 의견도 있지만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한 가지는 코끼리의 엄니는 확실히 상아라는 것이다. 또한 코끼리와 가장 유사한 매머드(Mammoth: 맘모스) 상아도 아이보리에 포함된다.
매머드(맘모스) 상아
약 12,000년 전부터 지구상에서 멸종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진 매머드는 지금의 코끼리보다 조금 더 큰 종들도 있었지만, 외견상 현생 코끼리와 가장 유사하다. 다른 점은 매머드 엄니(상아)가 더 길고, 위아래로 또 밖에서 안쪽으로 더 휘어 있으나 코끼리 상아와는 구조와 여러 특징이 같아 구분이 쉽지 않다. 따라서 구분을 위해서는 표면 특징과 격자무늬의 각도, 미량 원소의 차이 등을 통한 심도 있는 분석이 동반되어야 한다.
매머드는 이미 멸종한 동물이다 보니 별다른 규제가 없어 코끼리 상아의 대체재로 많이 사용된다. 매머드와 같이 화석화된 상아나 기존에 수입되고, 상품화된 상아, 그리고 자연사된 코끼리의 상아는 합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다.
상아는 금과 같은 장신구보다도 더 오래전부터 사용되었다. 이렇게 예전부터 귀중품으로 사용되며 밀렵의 요인으로까지 위협받고 있는 이유는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특유의 흰색을 가진 가공하기 쉬운 소재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보석의 소재로서 아름다우면서도 다루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나치게 무르지도, 단단하지도 않으며, 적당한 크기와 중량감, 착색 등에 적합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보석 및 장신구의 소재일 뿐만 아니라 도장, 공예품, 피아노 건반, 당구공, 단추, 담배 파이프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다. 또한 고대부터 종교적·전통적 의식과 관련된 상징물 제작에 많이 사용되었다.
상아가 다른 동물들의 엄니와 비교되는 이유로는 상대적으로 연하고 큰 크기의 엄니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바다코끼리, 일각고래, 하마 등의 엄니도 고가에 거래되고 있지만, 크기가 작고, 겉표면의 에나멜질이 지나치게 단단해 가공이 힘든 단점이 있기 때문에 상아만큼 가치가 높지 않다.
상아의 구조만 놓고 보면 다른 뼈와 유사한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어 구분이 쉽지는 않지만 간단하게 접근할 수 있는 간이 방법이 있다. 먼저 상아는 밀도가 낮은 일반 뼈와 엄니보다는 상당히 조밀하고 무거울 수 있으므로 중량감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또한 상아는 만졌을 때 거칠거나 패인 느낌이 없는 부드러운 표면 질감을 보인다. 핫 포인트 테스트에 상아의 표면은 쉽게 타거나 자국이 남지 않으며 타는 냄새도 나지 않지만, 일반 뼈에서는 쉽게 자국이 남으며 머리카락 타는 냄새가 난다. 그러나 이러한 준 파괴 테스트는 간이 감별이므로 아래와 같은 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상아는 코끼리가 성장함에 따라 엄니가 자라나면서 성장 흔적인 나이테 줄무늬를 남긴다. 이를 종단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기존의 상품화된 상아는 시간이 흐를수록 노랗게 변하고 이 나이테 무늬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상아의 표면을 가까이서 관찰, 확대하면 나이테 형상과 함께 상아 특유의 도드라진 격자무늬가 있는데, 이를 ‘엔진 턴 효과(Engine Turned Effect)’라 한다. 이는 인조 소재로는 흉내가 불가능하며 가장 중요한 감별 특징이기 때문에 상아의 진위 여부를 감별할 때 중요하게 관찰해야 한다.
아이보리 색의 기원
아이보리(Ivory)는 고대 그리스어인 ‘Elephas(코끼리)에서 유래된 단어로, 코끼리 엄니를 뜻하는 영어 단어로 사용된다. 색채를 사용하는 주얼리, 패션 디자인 등 다양한 산업에서 색을 표현할 때 흔히 사용되는 ‘아이보리 색’의 기원이 바로 크림보다 밝고 엷은 노란색을 보이는 상아색에서 유래됐다. (아이보리는 국제 표준 표색계와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KSA0011)에 포함된 색명이다.) 아이보리에 추가되는 색명으로는 화이트 아이보리, 앤티크 아이보리, 아이보리 비스크, 아이보리 아이스, 아이보리 크림, 아이보리 펄, 아이보리 피치, 아이보리 블랙 등이 있다.
밀렵과 CITES 협약
과거부터 코끼리 밀렵 문제는 심각했으며 주된 이유는 바로 상아 때문이다. 현재는 멸종 위기에 몰려 밀렵을 금지하고, 밀렵을 막기 위해 군대까지 조직하여 보호에 힘쓰고 있다. 또한 밀렵과 불법 거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CITES(멸종 위기 야생 동식물의 국제 거래에 관한 워싱턴 조약)에서는 1989년 상아 거래 금지가 통과되어 국제적으로 상아를 수출하거나 수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렇게 각국의 환경보호단체와 정부 기관의 단속 및 캠페인 등으로 밀렵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증가와 대체 신소재 개발 등으로 수요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몇몇 아시아 국가에서는 상아 세공품을 활용한 부적이 복을 가져온다는 전통이 남아있으며, 전 세계 상아 수요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을 비롯해 도장, 전통악기에 상아를 주요 소재로 쓰는 일본과 베트남 등에서는 아직도 상아가 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코끼리 상아의 경우 상품성이 높고 아프리카 대다수의 국가들이 경제적 문제와 내전으로 인해 제대로 된 국가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법 거래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취급 시 주의사항
상아는 매우 부드럽고 내구성이 약해 긁힘과 화학물질 및 초음파 세척기를 피해야 한다.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공성 또는 마모로 인해 오일과 같은 외부 물질이 흡수되면서 변색이 발생할 수 있다. 보관할 때는 부드러운 천과 함께 너무 습하거나 건조하지 않은 장소에 두는 것이 좋다.